턱 밑에서부터 목 언저리까지 난 하얀 앞가슴털이 귀여운 짝짝이가 지붕 밑 은신처에서

빼꼼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1월도 다 지나간 요즘이건만, 철 지난 단풍잎은 아직도 나뭇가지 끝에서

떨어질 줄 모릅니다. 아직 이 세상에 무슨 미련이 남은 것인지 마지막 힘을 그러모아 나뭇가지에 매달린

단풍잎이 고양이 얼굴을 때리는 바람을 조금이나마 막아주면 좋으련만, 단풍잎도 제 목숨 챙기기에만
 
급급합니다. 잠시라도 긴장을 놓으면 발아래 세상으로 툭 떨어져, 그만 빛을 잃고 말 테니까요. 


고양이 얼굴을 가리는 단풍잎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자니, 인기척을 느낀

짝짝이가 화들짝 놀라 몸을 숨깁니다. 다른 고양이들과 달리 조심성이 많은 짝짝이는 

인기척에 놀라 숨지만, 곧 호기심 어린 눈을 빛내며 머리를 쏙 내밀 것을 압니다.

앞발에는 하얀 발목양말, 뒷발에는 긴 양말을 신어서 '짝짝이'라 이름 지어준 녀석이건만 

지붕에서 내려올 줄 모르니, 귀여운 짝짝이 양말을 잘 간수하고 있는지, 그새

세월의 때가 묻었는지 제 눈으로는 살펴볼 수 없습니다.
괜히 쌓인 눈을 앞발로 툭툭 쳐서 떨어뜨리면서 자기 존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그냥 가지 말고, 자기에게도 뭔가를
좀 달라는 것입니다.

짝짝이라면 여간해서는 저를 향해 고함을 지르지 않던 녀석인데, 지붕 위로 올라가더니

고함소리가 커졌습니다. 먹이를 조르는 아기새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입을 크게 벌리며

짹짹 울어대듯이, 지붕 위로 올라간 고양이들도 자기 존재를 큰 소리로 알려서 뭐라도 먹을 것

타 내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두려움도 이기게 만드는, 생존을 위한 적응법입니다.

시 아래를 관망하던 짝짝이는 다시 고함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래 지붕 위는 힘이 약한 소심이 가족 3마리가 살고 있던 곳이라서, 짝짝이가 왜 지붕 위에서

머물러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납지 못하고 유순한 성격 탓에 지붕 위로 밀려난 것일 수도 있고,

잠시 마실 간 것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짝짝이가 지붕 위에 있던 것을 본 게

올 겨울만도 몇 차례 되니, 원래 있던 영역에서 밀려난 것인 듯하기도 합니다.

기운없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우는 모습을 보니 길고양이에게도

세력 다툼은 참 피곤한 일이로구나,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파벌 싸움만큼이나

치열한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1. 미첼
    2011.01.27 09:25

    어머.. 마지막 사진.. 표정 너무 안쓰럽고 귀여워요.. 폭- 안아주고싶어요..
    사람은 사람이니까 이겨내야한다, 그렇지만 동물들은 안쓰러워... 이런 조금은 편협ㅎㅎ한 생각을 가지고있는터라 사람들 힘들다 하면 야멸찬 꾸짖음이 먼저지만, 아이들의 이런 힘겨움을 보면 그저 맘만 아프네요.
    짝짝아, 지독스런 겨울도 곧 지나갈꺼야, 우리 조금만 참아보자!

    • BlogIcon 야옹서가
      2011.01.28 10: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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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가 배고픈 듯이 힘없게 에웅 울 때 참 마음이 그래요.
      마지막 사진에 그런 느낌이 잘 담긴 것 같아서 저도 애착이 가네요.
      지붕고양이들은 먹이 차지하기도 쉽지 않은데 짝짝이가 밀려난 것인지..걱정도 되고요.

  2. BlogIcon 새라새
    2011.01.27 09:27

    저 귀여운 아가...
    넘 안스럽네요..
    이 추운날 배는 굶지 말았으면 합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11.01.28 10: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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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눈 치우던 넉가래 손잡이가 길어서, 넉가래에 사료 담아서
      위로 올려보내줬답니다. 녀석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에요.

  3. BlogIcon 대빵
    2011.01.27 09:49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런 경쟁을 한다는게
    안타깝습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11.01.28 10: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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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경쟁은 종을 막론하고 치열한 것 같아요. 특히 생활환경이 척박할수록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은 아마 인간보다 더할지도...

  4. BlogIcon creasy
    2011.01.27 09:53 신고

    귀여운 녀석이네요! +_+ 안타깝지만.. 힘내라.. T_T

  5. BlogIcon Shain
    2011.01.27 10:08

    겨울인데 참 높이도 올라가버렸네요..
    어쩌다가 저 위로 가버렸는지...
    날도 추운데 먹을 거라도 잘 먹고 지내면 좋겠어요

  6. BlogIcon MAR
    2011.01.27 10:17 신고

    걱정스럽네요. 이 겨울 잘 보내야 할텐데 말입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11.01.28 11: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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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붕 위는 그나마 바람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더 힘들지요.
      지상 고양이들은 바람막이 판자가 좀 있고 천막도 있어서 그 속에서 바람을 피할 수 있거든요..

  7. BlogIcon 언알파
    2011.01.27 10:26

    엄청 오랜만에 뵙는 느낌이에요..^^
    요즘 포스팅 자주 안하시는 듯 한데.. 바쁘신거에요?~
    길고양이 리포터가 그리웠어요^^
    추운날 고양이가 너무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1.01.28 11: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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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까지 마감해야 하는 일에 지방출장이 몇 건 끼다보니
      시간이 촉박해서 블로그에 신경을 못 썼습니다. 슬슬 고양이 소식 다시 전해야지요^^

  8. 새벽이언니
    2011.01.27 11:53

    저리 귀여운 녀석인데....
    추위라도 빨리 풀려야 할텐데...

    • BlogIcon 야옹서가
      2011.01.28 11: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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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삼한사온이고 뭐고 다 없어지고 내내 춥기만 하니 사람도 고양이도
      영 버티기 힘드네요. 집고양이도 추우면 몸을 웅크리는데 길고양이들은 맨몸으로 추위를 막아내야 하니 힘들 거에요..

  9. 수갱
    2011.01.27 12:15

    날 추운날에 길고양이들은 많은 고생을하는군요.. 조금이라도 날씨가 따뜻해져서 건강히 겨울을 나길!

    • BlogIcon 야옹서가
      2011.01.28 11: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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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곧 2월인데 아직 날이 풀릴 기미는 안 보이네요. 아마 지금 같은 기세면 3월까지도 춥겠죠?
      저도 따뜻한 봄이 빨리 왔음 좋겠어요.

  10. BlogIcon 권양
    2011.01.27 12:34

    찍찍아 힘내렴 ㅠ,ㅠ 사람도 동물처럼 그러하지요..밀리고 소외되고 힘없고..그래도
    깡으로라도 잘 지내어야겠지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1.01.28 11: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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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육강식의 세계이기는 한데 그래도 힘없는 어린 냥이들 챙겨주는 고양이를 보면
      또 마냥 그런 것 같진 않고..하면서도 어른 고양이 사이의 텃세란 게 또 무시할 수 없는 거 같아요.
      잘 버티고 봄을 맞이하길..

  11. 김재희
    2011.01.27 13:38

    오랫만의 포스팅 넘 반갑습니다..
    근데 내용은 좀 안따깝네요~~
    이 추운날 저리 보채는 짝짝이가 더 안쓰럽습니다..
    저는 더워지는게 싫지만 냥이들을 위해서 빨리 따뜻한 날들이 왔으면 좋겠네요^^

  12. BlogIcon 빛무리
    2011.01.27 13:44

    겨울나기를 하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은 다 그렇지만, 오늘 짝짝이의 얼굴은 유난히 더 애처로워 보입니다...흑..;;

    • BlogIcon 야옹서가
      2011.01.28 11: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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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에게도 표정이 있더라구요, 특히 목소리의 톤이나 느낌을 함께 생각하면서 보면
      그런 감정이 뚜렷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짝짝이의 마지막 표정은
      배고픔과 서운함이 뒤섞인 얼굴이라 얼른 갖고 있던 먹을 것을 털어주었답니다.

  13. BlogIcon 룰울루
    2011.01.27 15:12 신고

    :D
    잘 지낼거에요. 그죠?

    길고양이 녀석들도 반갑지만
    경원님 포스팅도 너무 반갑네요. :)

    얼릉,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1.01.28 11: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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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랜서로 일하다보니 일이 몰릴 때는 확 몰려서 좀 벅차네요^^ 24일까지 일 다 끝내고
      이제 슬슬 밀린 이야기들 풀어놓으려 합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14. BlogIcon 미남사랑
    2011.01.27 16:57

    짝짝아 힘내~~~먹을거 마실물만 있으면 건강하고 발랄하게 보낼 수 있는 녀석들인데...
    안타까워요...길냥이들 사진만 봐도...이추운겨울을 버텨내도 어차피 먹을건 없는데..
    힘내라는 말밖에...옆에 있음 뜨뜻한 국물에 사료말아주고 싶구만...미안해 짝짝아ㅠㅠ

    • BlogIcon 야옹서가
      2011.01.28 11: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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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힘들어도 일단 태어났으니까, 태어난 동안에는 열심히 살려는 것이
      생명 있는 존재들의 본능이겠지요. 길고양이를 보면서 저도 응원도 하고,
      길냥씨들도 저렇게 꿋꿋하게 지내는데 하면서 힘도 얻는답니다.

  15. 소풍나온 냥
    2011.01.27 21:59

    눈을 떨어뜨려 자기 존재를 알리는 짝짝기는 귀엽고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용기내서 크게 우는 짝짝이는 애처롭네요 ㅠㅠ

    • BlogIcon 야옹서가
      2011.01.28 11: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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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여기 있어! 그냥 가지 말라구! 하고 고함을 지르는 것 같아서 참 마음이 그랬네요.
      알았다 알았어 하면서 지붕냥이들도 챙겨주었는데, 평소 짝짝이 모습을 생각하면
      참 많이 용기를 냈나 봐요.

  16. 비비안과함께
    2011.01.27 22:13

    제가 사는 곳에는 1월초 폭설이후로 다행이 눈소식이 없습니다만 뉴스를 들으니 서울에 또 눈이 내렸네요. 에효...길냥이들에게 유난히 더 가혹한 이번 겨울인 것 같습니다. 고양이랑 살면서 조금씩 냥이들 표정을 읽는 능력을 익히다보니 마지막 사진같은 걸 보면 더 가슴이 아립니다. 뭘 좀 얻어먹고 지내는지...짝짝아~힘내라~오늘은 또 왜 이리 추운지...

    • BlogIcon 야옹서가
      2011.01.28 11: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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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고양이랑 같이 살 때랑 그렇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길고양이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때랑 다르게, 스밀라가 제 곁에 오고 나서부터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더라구요. 표정도 그렇고, 고양이의 심리도^^

  17. BlogIcon Laches
    2011.02.06 02:18 신고

    이제 슬슬 추위도 덜한게 날이 풀리려나 봅니다.
    입춘도 지났으니 한결 따뜻해지겠죠.
    이젠 눈도 좀 그치고 길고양이들의 배고픔과 추위도 좀 그쳤으면 합니다.
    짝짝이에게도 새해에 좋은 일은 많았으면 좋겠네요.
    힘내~!!

★ 길고양이를 향한 따뜻한 응원 감사드려요~ 문의사항은 catstory.kr@gmail.com로 메일 주시면 확인 후 회신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