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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 고양이] 104. 갈림길 앞에 선 고양이 아무 생각 없이 타박타박 걷다 보면, 갈림길이 나옵니다. 오른쪽 길도, 왼쪽 길도 색깔만 다를 뿐 똑같아보여서 무심코 발길을 오른쪽 길로 돌려 봅니다. 오른쪽 길로 가면서도 마음 한 구석엔 '왼쪽 길은 어떨까?' 궁금증이 생깁니다. 어쩐지 가보지 못한 왼쪽 길에는 더 재미난 삶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관성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대개 가던 방향대로 가게 됩니다. 한번 내린 결정을 바꾸기도 그렇고, 되돌아가자면 다리도 아플 테고 지금까지 걸은 거리를 생각하면, 맨 처음 갈림길로 다시 가긴 귀찮거든요. 그러나 호기심도 모험심도 다 수그러들고, 돌아가기엔 너무 오랜 시간을 길에서 허비한 후에야, 가보지 못한 길을 생각하며 쓰러져 후회합니다. '그때 그 길로 다시 가야했던 게 아니었을까? 지금은 너무 늦었.. 2010. 12. 5.
[폴라로이드 고양이] 103. 현행범 아닌 현행범 길고양이는 가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슬며시 나오곤 합니다. 사진 속 고양이가 숨어있다 슬며시 걸어나온 저 곳도, 너비는 10cm가 채 못 되어 보이지만 고양이는 스르르 빠져나왔습니다. 보통 머리뼈만 통과할 수 있는 너비만 확보되면 별 어려움 없이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수염으로 통과할 곳의 폭을 재어 가능하다 싶으면 그리로 나오는 거죠. 아무도 없겠거니 하고 슬며시 빈 틈을 찾아 나오다가, 그만 저와 딱 마주치고 눈을 휘둥그렇게 뜨는 고양이. 금방이라도 직립보행을 할 것 같은 자세여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인기척에 놀란 것 같기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난간에 두 발을 딛고 오르려다 움찔 하는 모습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땡땡이치고 몰래 학교 담을 넘다가 담임선생님께 들킨 학생처럼 .. 2010. 11. 20.
[폴라로이드 고양이] 102. 눈 뜨고, 귀 열고, 말하기 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 옛날 시집살이하는 며느리가 그랬다지요? 요즘에는 그런 자세를 요구하는 집도 거의 없겠지만요. 맨 처음 저런 조각을 본 것은 한 헌책방에서였는데 그땐 원숭이 세 마리가 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답니다. 동남아 어딘가에서 만들었음직한 분위기의 조각이었죠.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일본의 고양이 카페 앞에서 저 3인방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너희는 어디서 왔니? 물어보고 싶었지만, 겁에 질린 표정의 고양이 3인방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의 자세는 약자로 취급받는 이들, 혹은 약자의 상황에 공감하는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취하는 방어 자세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는 아무 힘이 없는데, 눈에 보이기는 하니 마.. 2010. 11. 15.
[폴라로이드 고양이] 093. 가을이 오는 소리 나뭇잎 가만히 움켜잡은 고양이 발 밑으로 사각사각, 바스락 소리 나기 시작하면 가을은 이미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낙엽을 꼭 움켜쥔 고양이의 앞발을 나도 꼭 잡아 따뜻하게 데워주고 싶은, 그런 늦가을 오후입니다.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1. 4.
[폴라로이드 고양이] 087. 마음의 감옥 마음이 고단하면 창살이 없어도 사방이 감옥입니다. 마음의 감옥에서 한 발짝만 걸어나오면 되는데, 그 처음 한 발을 내딛지 못해서 영영 갇히고 맙니다.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0. 23.
[폴라로이드 고양이] 086. 동굴 아저씨 가끔 보노보노를 떠올려 보곤 합니다. '동굴 아저씨가 가둬버릴지도 몰라'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했던... 겁많은 보노보노가 동굴 아저씨를 정말 만났던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가끔은 동굴 속에 들어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울적한 생각은 동굴에 가만히 놓아두고, 동굴 밖으로 나올 때는 그 생각이 따라나오지 못하게 커다란 바위로 동굴 입구를 단단히 막아버려 홀가분한 마음으로 동굴을 빠져나오고 싶습니다. 그런 동굴 아저씨, 어디 없나요?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