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는 가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슬며시 나오곤 합니다.

사진 속 고양이가 숨어있다 슬며시 걸어나온 저 곳도, 너비는

10cm가 채 못 되어 보이지만 고양이는 스르르 빠져나왔습니다. 

보통 머리뼈만 통과할 수 있는 너비만 확보되면 별 어려움

없이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수염으로 통과할 곳의 폭을 재어

가능하다 싶으면 그리로 나오는 거죠.



아무도 없겠거니 하고 슬며시 빈 틈을 찾아 나오다가, 그만

저와 딱 마주치고 눈을 휘둥그렇게 뜨는 고양이. 금방이라도

직립보행을 할 것 같은 자세여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인기척에 놀란 것 같기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난간에 두 발을 딛고 오르려다 움찔 하는 모습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땡땡이치고 몰래 학교 담을 넘다가 담임선생님께 들킨 학생처럼

긴장해 있습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길고양이를 움츠러들게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현행범 아닌

현행범의 마음이 되어, 그 자리에 얼어붙은 고양이를 보며 드는

생각입니다.
 
 
* 이번  글부터는 사진에 넣는 낙관의 모양을 바꿔봤습니다.

손글씨라서 가독성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예전 것은

너무 딱딱한
감이 있어 바꿔봤는데 보기엔 어떠신가요?
 
  1. BlogIcon Shain
    2010.11.20 20:32 신고

    어릴 적에 친구 중 한명이.. 상식 백과에서 읽었다면서.. 고양이는 수염없으면 좁은 곳을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수염 뽑아서 직접 보여주겠다고 하길래 기겁하고 말린 기억이 납니다. 좁은 곳을 스르르 빠져나와서 모르는 척 놀라는 사람들 지켜보고.. 다시 좁은 곳으로 스르르 사라지는게 이 세상 동물이 아닌 거 같았죠 ^^
    낙관 글씨가 참 편해 보이시네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0.11.20 20: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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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유연성 덕분에 사람들에겐 더 신비로운 동물로 기억되었던 게 아닐까 싶네요.
      낙관 지금 글씨체도 괜찮으면 이대로 가볼까 해요^^

  2. 고운기
    2010.11.20 21:58

    낙관 예쁩니다. 글씨는 마음의 거울이라더니 틀린말이 아니네요.

  3. 비비안과함께
    2010.11.20 22:40

    예전 폴라로이드 낙관은 어렸을 때 했던 신문 스크랩의 느낌이 들었다면 이번에 바꾼 것은 오래된 앨범에서 꺼낸 사진의 느낌이 드네요^^시골이라 또래 아이들이 없어서 앨범을 뒤적이며 혼자 놀거나 강아지랑 노는게 취학 전 저의 하루 일과였는데요 60,70년대 흑백 사진 속에서 청춘시절을 구가하고 계시던 부모님이 손글씨로 사진 한쪽에 인물들의 이름이랑 장소를 적어놓은 걸(예를 들면 부산 해운대에서 영숙, 지영(아버지 옆에 있던 묘령의 여인들!!!^^)창욱과 함께,66년 7월 24일 이런 식의)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추억이 아련하게 있네요^^마치 그 사진들을 보는 느낌이라 바뀐 낙관이 전 좋습니다~
    그나저나 저 현행범 냥이를 보니 마음이 짠하네요ㅠㅠ캄보디아인가 어딘가 외국에 가면 상대적으로 길냥이들 성격이 느긋하다고 하던데...언젠가 이땅의 냥이들도 느긋하게 길을 걸을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10.11.21 19: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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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건 좀 딱딱한 감이 있죠? 바꾼 건 아무래도 손글씨체의 향수가 있어서 그런 듯하네요.
      저랑 마주친 고양이는 깜짝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 것이 안쓰럽습니다...

  4. BlogIcon 고양사랑
    2010.11.21 04:50

    낙관글씨체 좋습니다^^훨씬부드럽고 정감이 느껴져요^^/
    화들짝!놀란 길냥씨의 똥~그란 눈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론.. 넘 귀엽습니다

  5. BlogIcon 노래바치
    2010.11.21 05:55

    고양이가 수염으로 통과할 너비를 수염으로 간파한다니요~~!
    정말 놀랍고 신기합니다^^.
    세상에 고 갸냘픈 수염으로. 간지하수있다니.... 경이로워요^^.

  6. BlogIcon Reignman
    2010.11.21 08:48

    고양이가 움찔하는 순간이 제대로 담겨 있네요. ^^
    낙관의 글씨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가독성도 그렇게 나쁘진 않고 손글씨의 감성이 살아있는 것 같아서요. ㅎㅎ

  7. 새벽이언니
    2010.11.22 09:49

    현행범 ㅠ
    놀래서 움찔하는 모습이 귀엽운데 현행범 하니 씁쓸하네요 ㅠ

  8. BlogIcon misszorro
    2010.11.22 13:49 신고

    ㅎㅎ정말 두발로 서 있는 거 같아요
    담 넘으려다 들킨 학생이라는 표현이 정말 딱인듯ㅋ
    구석에서 나와서 그런지 발이 쌔까만해진게 좀 맘이 아푸네요ㅠ

  9. BlogIcon 쿠쿠양
    2010.11.22 18:07

    ㅋㅋㅋㅋㅋㅋ 저 똥그란 눈~
    정말 딱 걸린 표정이네요^^

★ 길고양이를 향한 따뜻한 응원 감사드려요~ 문의사항은 catstory.kr@gmail.com로 메일 주시면 확인 후 회신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