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IN》2004년 11월호 | 광주에서 2년마다 펼쳐지는 한국 최대의 현대미술축제, 2004광주비엔날레가 11월 1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광주비엔날레 사상 최초로 작가와 일반인의 공동작업을 유도한 ‘참여관객제도’를 도입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디지털사진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등, 기존의 예술 현장에서 소외됐던 대중의 존재를 부각시키고자한 시도가 눈에 띈다.
2004광주비엔날레의 핵심이라 할 주제전은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이란 대주제 하에서 다시 네 가지 소주제로 나뉜다. 존재의 소멸을 상징하는 ‘먼지’(제1전시실), 생성의 힘을 상징하는 ‘물’(제2전시실),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해 새로운 탄생을 예고하는 ‘먼지+물’(제3, 4전시실), 작가뿐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완성해 가는 ‘클럽’(제5전시실)전이 그것이다.
세계 40여 개 국 2백여 명의 작가가 엄선한 수작들을 굳이 해외로 떠나지 않고도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다는 건 국제 규모의 미술전시에서만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각각의 소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지면으로 만나본다.
[좌] 장난감 토끼인형을 10m 크기의 기념비적 조형물로 변신시킨 마이클 파레코와이의 ‘짐 맥머티’
[우] 주전시관으로 향하는 계단은 풀밭으로 변하고, 알록달록한 호박 의자도 들어섰다.
똑같은 옷을 입고 과장된 미소를 짓는 복제인간들로 사회주의를 풍자한 위에 민준의 조각[좌]과 그림[우]. 웃는 얼굴들은 우스꽝스럽지만 한편으론 섬뜩하다.
[좌] 화장터의 재로 기둥을 만들어 인간의 유한한 삶을 빗댄 쑨 위엔 & 펑 위의 조각.
[우] 부질없는 인간의 탐욕을 미니어처로 그려낸 토리미츠 모모요의 ‘지평/시야’. 현대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일은 일종의 전쟁임을 보여준다.
[좌] 고요함 가운데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로 명상의 시간을 제공하는 김승영의 ‘기억의 방’
[우] 무화과나무에서 착안한 ‘소망나무가 자라는 정원’에서, 나뭇잎에 소원을 적어 작가에게 보내면, 또 다른 작품이 완성된다.
파블로 카르도쏘의 사진설치작품 ‘2002년 6월 18일’. 하루 동안 마주친 도시 풍경을 찍고 그 위에 다시 페인팅했다.
[좌] 팝아트의 선두주자로 유명한 리차드 해밀턴은 사진과 회화를 결합한 근작을 내놓았다.
[우] 나이아 프란굴리의 반투명한 유리 조형물. 관람객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작품과 하나가 된다.
[좌]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마르코 마지의 종이부조. 멀리서 보면 견고한 미니멀리즘 조각 같지만, 실은 흰 종이를 쌓고 자른 것이다.
[우] 이경호의 ‘…행렬 달빛 소나타’. 싸구려 뻥튀기와 예술이 동등해지는 순간을 포착했다. 분홍 봉투는 프라다에서 제작한 것이다.
[좌] 브라이언 융엔은 산업용 미싱 상판으로 농구코트를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진다.
[우] 비누로 만든 방 안에서 빨래를 하고, 그 흔적을 남겨 놓은 김진란의 ‘쓸데없는 연습’
[좌] 참여관객 이정은과 그룹SAA가 함께한 정은미용실. 노란 방에 들어서면 변신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의 모든 행동은 유리창과 CCTV로 노출된다.
[중] 쉽게 녹는 비누로 고전적 조각상을 빚어 예술의 유한함을 풍자한 신미경의 비누조각 연작
[우] ‘현장들2-한국특급’ 전시장 입구. 조각을 천장에 매달아 발상의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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