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움츠린 고양이의 등짝이 어쩐지 추워보이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이제 단풍이라곤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의 희미한 붉은색으로만 느낄 수 있을 따름입니다. 한때 붉게 물들었다

잿빛을 띤 분홍색으로 변하는 단풍잎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있는 힘껏 불태우고

아무 미련 없이 이 세상과 작별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머물렀던 시간을 '소풍'이라고 표현했던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소풍 가던 날의 들뜬 마음을 접고 가만히 이 땅으로 내려앉은 낙엽들이

마른 땅에 따스한 융단을 만들어줍니다. 그 융단을 즐거이 이용해 주는 것은 

동네 고양이입니다. 노란 치즈 얼룩무늬가 예쁜, 통통한 겨울 고양이입니다.
 


등산객의 인기척이 들려도 한번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담담한 표정으로 단풍잎 융단을

만끽합니다. 융단 위에서의 시간은 고양이에겐 빼앗기고 싶지 않은 평화로운 순간인가

봅니다. 가만히 식빵을 굽고 있을 뿐입니다. 꼭 불판 위에 놓인 치즈 식빵 같다고나 할까요. 
 
이제 두어 살쯤 되었을까요? 달아나지도 않고 저와 가만히 눈 맞추는 모습이 당당합니다.

단풍잎 융단 아래 노란 고양이, 은행잎처럼 잘 어울립니다.


올해는 단풍 구경을 해볼 겨를도 없이, 짧은 가을이 지나가버렸네요. 고양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올 겨울은 고양이들에게 조금 더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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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파르르
    2010.12.03 09:48

    우와~~
    맨위에 사진..정말 좋은데요..ㅎ
    티스토리 달력 응모했으면...ㅎ 에거 아까버라..
    잘 보관해 두셨다가 내년에 한번 제출해 보세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3 18: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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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스토리 달력 당선작을 봤는데 해가 거듭될수록 정말 좋은 작품이 당선되어서
      올해는 응모도 못 해봤네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3. BlogIcon 벨제뷰트
    2010.12.03 10:04 신고

    길고양이랑 잠시 놀다가 집에오면 계속 눈에 밟혀요.
    며칠동안 생각납니다.

  4. 유리동물원
    2010.12.03 10:14

    등을 쓰다듬어 주고 싶네요. ㅎㅎㅎㅎ

  5. BlogIcon 얼음마녀
    2010.12.03 10:52

    아가야, 올 겨울 잘 이겨내자!
    화이팅!!!!!

  6. BlogIcon 저수지
    2010.12.03 11:30 신고

    정말
    단풍 융단과 잘 어울리는 고양이네요.
    저 아이를 보니
    올 겨울은 좀 더 따뜻했으면 좋겠네요.

  7. BlogIcon 쿠쿠양
    2010.12.03 12:21

    단풍과 넘 잘 어울리는 길냥이네요..노오란 털...
    동그란 몸과 뒤통수가 넘 귀여워요^^

  8. 소풍나온 냥
    2010.12.03 12:50

    동그란 등과 당당한 눈이 이쁘네요~~
    (눈꼽 떼주고 싶어요 ㅎㅎㅎ)

  9. BlogIcon meryamun
    2010.12.03 13:40

    웅크린 모습이 너무 귀엽네요...
    폭신폭신 공같아 보여요~~ㅋㅋ
    확 안아주고 싶은거 있죠^^

  10. BlogIcon 옹달샘
    2010.12.03 16:53

    마지막에 뒷모습 사진..갸우뚱..?..ㅎㅎㅎ
    날이 추운데도 포근해 보이는 단풍과 동글동글 폭신폭신 귀여운 노랭이네요..^^
    올해는 많이 안 춥길 바래봅니다..그래야,길위의 고양이들도,고양이들 곁에 계신 고경원님도 고생이 덜 할텐데...
    감기조심하시구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3 18: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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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저는 기관지가 좋지 않아서 겨울이면 감기에 잘 걸리는데,
      고양이들도 허피스며 잔병치레가 잦은 계절이라 다들 조심해야겠습니다.

  11. 캉루이
    2010.12.03 18:20

    젤 위사진을 보고 울집 캉이랑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랬어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겨울이 빨리 지나가야 할텐데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3 18: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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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에게서 내 고양이의 흔적을 발견하고 늘 마음 흔들리게 되는 게
      애묘인의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같은 무늬 같은 색깔...꼭 같은 색이 아니어도 눈빛만 봐도 그렇죠.

  12. BlogIcon 느린
    2010.12.03 18:30

    오늘 한파의 절정인것같아 동네 고양이들이 걱정입니다
    전 이렇게 튼실하니 용감무쌍하게 생긴 노랑둥이가 너무좋아요
    우리 덕베군처럼 예민쟁이만 보아와서 일까요
    험한 세상을 살아 가려면 그래야죠
    그래야 살아 갈수 있겠지요
    다 같이 올겨울을 잘 났으면 좋겠어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3 18: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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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이 힘겨울 때는 어느 정도 느긋한 마음도 필요할 것같아요. 늘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간다면, 너무 힘들어질 테니까요.
      오늘 많이 추웠나 보네요. 하루종일 집에 있어서 추위를 못 느끼고 계절도 잊고 삽니다^^;

  13. 헐대박
    2010.12.03 19:16

    울집 고양이랑 뒷모습이 비슷...푸짐한 뒷테..

  14. BlogIcon 어스
    2010.12.03 19:51 신고

    단풍과 고양이가 하나되어보여요 ^^

  15. 늘푸른
    2010.12.03 20:41

    노랑치즈냥이...좀 추워보이네요. 눈꼽도 떼주고 쓰다듬어주고 싶네요. 겨울 잘 지내라고 응원도 해주고 싶네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5 08: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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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곱도 떼주고 싶고, 등도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 잘 알겠어요. 길고양이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에 그런 생각이 들지요. 올해 겨울은 좀 포근하길 빌어봅니다.

  16. BlogIcon 소춘풍
    2010.12.04 01:19

    단풍과 너무나도 잘어울리는 고양이에요. ^^
    오랜만에 바람부는 가을이 와닿게 됩니다.
    이제는...겨울이라...ㅠㅠ 너무 추워..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5 08: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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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완연한 겨울이죠? 집에서 저도 모르게 가디건을 껴입고 다니게 되는군요.
      고양이들은 바람막이도 마땅치 않으니 더 힘든 계절이에요.

  17. 김혜진
    2010.12.04 09:29

    하룻밤새 길냥이 하나 도로위에 차에 치어 죽어있더군요 ㅠㅠ 낮이나 아침에 그랬음 시체라도 치워 줄텐데 밤이라 그런지 이미 많이 지나갔더라고요 ㅠㅠ 엄마가 분노하시며 ,, 저렇게 노랑애던데,, 보고 있자니 가슴 아프네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5 08: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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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구...어느 밤 사이에 로드킬로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가 있었군요.
      고양이는 너무너무 놀라면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린다고 합니다. 동작이 빠르지만
      간혹 로드킬을 당하는 이유도 거기 있다고 하네요. 고통스럽지 않게 천수를 다 누리고 가는 고양이들이 많기를
      기원합니다.

  18. BlogIcon misszorro
    2010.12.04 10:13 신고

    동그랗게 움츠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쓸쓸해보여요ㅠㅠ
    뒤에서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을 정도네요~
    정말 길냥이들의 겨울이 춥지 않기를ㅠㅠ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5 08: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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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고양이들은 저렇게 몸을 둥글리고 앉아도 다리뼈가 불쑥 튀어나와서
      뒷모습이 동그랗게 안되거든요. 그래도 저 녀석은 조금이라도
      올 겨울 나는 데 도움될 체지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19. BlogIcon MAR
    2010.12.04 10:27 신고

    분명 어제보다 오늘이 더 추운 고양이 사진일텐데, 붉은 낙엽도 그렇고 고양이의 통통해 보이는 뒷모습도 그렇고, 이상하게도 따뜻해 보여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5 08: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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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따뜻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아주셔서 그럴 거예요^^ 춥지만 마음의 온기가 전달된다면 좋겠어요.
      책에 들어갈 도판 보정작업을 하느라 정신없는 주말을 보내고 있네요,
      MAR님은 즐거운 주말 보내고 계시겠죠?

  20. BlogIcon 권양
    2010.12.05 23:04

    대범한 길냥씨네요^^어쩌면 가는 가을이 안타까워 낙엽융단으 더 오래도록 느끼고싶었을까요?^^
    올해 겨울이 길냥씨에게 너무 춥지않았음 합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10.12.06 20: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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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겨울이라고 해도 낯설지 않은 계절이 되었네요. 12월에 에버랜드를 한번 가기로 했는데
      너무 춥기 전에 갔으면 좋겠는데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고양이의 통통한 등에 따스함이 전해지도록 입김이라도 후 불어볼까요?

  21. BlogIcon zeka oyunlari
    2012.05.26 16:50

    길고양이랑 잠시 놀다가 집에오면 계속 눈에 밟혀요.

★ 길고양이를 향한 따뜻한 응원 감사드려요~ 문의사항은 catstory.kr@gmail.com로 메일 주시면 확인 후 회신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