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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의 밤은 노란색이다

by 야옹서가 2010. 11. 17.

사람도 길고양이도 겨울나기는 힘들지만, 그나마 길고양이에게 

겨울이 반가울 수 있다면, 저녁이 길어지기 때문일 겁니다.

사람은 아침으로 하루를 시작하지만, 야행성인 길고양이들은

저녁에 주로 활동하니, 해진 다음부터가  하루의 시작입니다.


몸집을 보니 아직 청소년 티를 벗지 못한 어린 길고양이입니다. 

나트륨등 불빛을 의지해 거리로 나섭니다. 

아마 오늘치 먹이를 구하러 나서는 길인가 봅니다.
 

햇빛은 무슨 색일까, 가끔 생각해보곤 합니다. 어렸을 때 그림으로

그려보던 햇님은 대개 노란색이나 빨간색이었습니다. 노란색은

그만큼 밝게 타오르니까, 빨간색은 태양이 뜨겁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그렇게 크레파스를 집어들고 칠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

늦은 밤이 되어서야 외출하는 길고양이에게 크레파스를 쥐어준다면,

아마 길고양이가 가장 많이 기억하는 빛의 색깔은 노란색일 겁니다.

어두운 밤에도 지지 않는 길고양이의 태양은 도시의 가로등 불빛,

가장 흔히 사용하는 나트륨등 불빛의 색깔일 테니까요.



가만히 가로등 불빛에 몸을 기대봅니다. 햇빛은 따뜻하지만,

나트륨등은 색깔만 따뜻할 뿐 온기까지 전해주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그 불빛에 몸을 기대고, 길고양이는 그렇게 한동안

누워 있었습니다. 마치 불빛에 힘을 충전이라도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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