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황소? 나 최영의야!" 하고 대사를 치는 송강호의 기세로 뚜벅뚜벅 걸어옵니다.
아직 어린 노랑둥이 길고양이는 뒷모습만 보여서 얼굴 표정을 읽을 수는 없지만,
긴장과 호기심이 교차하는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집고양이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두껍고 크게 부풀어올랐습니다. 그 사이에 집고양이는 어느새 코앞까지 뚜벅뚜벅
다가와 있습니다. 혹시 싸움이라도 한 판 벌이려는 걸까요. 궁금합니다.
눈매를 반달눈으로 뜨고는, 뭔가 설득하는 듯한 표정으로 어린 길고양이와
무언의 대화를 나눕니다. 나를 따라오면 맛있는 밥도 있고, 장난감도 있고...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영역 다툼을 하려는 게 아니라
자기가 가진 뭔가를 자랑도 하고 싶고, 나누기도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집고양이의 뒤를 따릅니다. 아직 어린 노랑둥이가 혼이나 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저기로 따라가면 뭔가 맛있는 거라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낯선 고양이들 사이에서도 호감만 있다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어쩌면 남에게 빼앗길
영역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기에, 집고양이는 길고양이에게 조금 더 너그러울 수
있었던 건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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