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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양이의 날_9월9일

장애 고양이 '아이', 새 가족 만나던 날

by 야옹서가 2010. 9. 27.
교통사고로 머리가 함몰되고 두 귀와 한쪽 눈을 잃었던 보호소 고양이,

'아이'에게 새 가족이 생겼습니다. '제2회 고양이의 날' 입양캠페인 전시에

소개된  보호소 고양이 18마리 중에,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하셨던

주원님입니다. 이미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고양이를 돌보고 계시기에,

'아이'에게도 충분한 돌봄이 가능할 거라고 믿어 보호소에서도 반겨주셨습니다.


'아이'가 '미미'라는 새 이름을 받고 입양 가던 날, 저도 함께 보호소로

찾아가 보았습니다.  

주원님은 몸이 편찮아 오지 못했고, 남편분과 아드님이 아이를 맞이하러 오셨습니다.

아이와의 첫만남이예요. 전시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었을 때보다 털이 많이 자랐어요. 

새 가족이 찾아온 줄도 모르고, 아이는 물에 불린 사료를 열심히 먹고 있었습니다.

털이 자라 얼굴이 보름달처럼 동그래졌어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교통사고 때 턱도 함께 으스러지는 바람에, 아이는 씹는 것도 좀 불편해요.

한쪽 송곳니도 밖으로 튀어나왔고요. 하지만 새로 갈 집에서는 생식을

먹을 것이기 때문에, 밥을 씹어넘기는 데 어려움이 없을 거예요.

고양이를 돌보고 계신 감자칩님이 사료에 홀려 있는 아이를 번쩍 안아 데리고 들어와서

인사를 시키고 있어요. 보호소 고양이들 중엔 사람을 겁내는 애들도 있지만, 저렇게

보호자님의 품에 안겨 무아지경에 빠지기도 한답니다.

잠시 인사를 마치고 나온 아이가 그루밍을 해요. 젖은 사료를 먹었으니 입 주변이 온통

노란 사료 얼룩이지요. 얼룩도 닦고 냄새도 닦고, 새 집에 가기 전에 꽃단장을 하려나봐요.

이렇게 옆모습을 보니까 어쩐지 근육 튼실한 남자를 보는 것 같아요.

주원님 댁 아드님과 아이가 서로 인사를 하려 해요. 형아에겐 남동생이 또 생겼네요.

감자칩 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아이'의 등을 어루만져 봅니다.

'아이'야, 이제 형아와 함께 사는 거야^^

미미라는 새 이름이 정해졌지만, 형아는 ‘흰둥이2’라 불렀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집에서도 도도라는 아이를 ‘흰둥이’, 또는 줄여서 ‘둥이’라고 부르거든요. 


가까이서 들여다본 아이의 눈동자는 몹시 크고 맑았답니다. 저 눈으로 엄청난 사고를

꿋꿋이 이겨낸 거예요. 두피가 모자라 뒷다리쪽 피부를 이식받았기에, 머리쪽 털이

좀 더 자라면 히피족처럼 머리털이 불쑥 솟아오른다는데, 그것 역시 아이의 개성이

되겠지요.
 
케이지에 들어가기 전, 아이는 뭔가 알고 있기라도 하듯 보호소를 천천히 돌아봅니다.
 
이곳은 아이가 3년을 지냈던 곳이에요. 이제 새 집에서 형제들과 함께 행복하길...

아이를 가족으로 맞아들여주신 주원님과 남편분, 그리고 아이를 동생으로 돌봐줄

아드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날 뵙지 못한 주원님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어요.

조금 길지만, 입양을 고려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아 올려봅니다. 



11마리 고양이와 함께 해온 주원님. 갑자기 발작이 찾아오는 공황장애 때문에 외출이 어렵고 집에서도 누워있는 시간이 많지만, 아픔을 이겨낸 고양이의 강한 생명력을 보며 힘을 얻는다고 해요.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 예쁜 아기 고양이를 첫째로 데려왔지만, 둘째부터는 아무도 안 데려가는 아이에게 마음이 끌렸답니다. 입양을 고려할 때 가장 돌봄이 필요한 장애 고양이를 우선적으로 데려오게 된 것이죠. TNR을 받고 방사되었지만 노란 표식이 찍혀 고생하던 세 살짜리 길고양이, 온 몸이 고름 투성이로 발견된 아이, 눈먼 아이, 다리 잃은 아이, 나이든 아이…. 그렇게 보호소에 있거나, 보호소를 거쳐 치료받은 고양이들이 차례차례 주원님의 가족이 되었어요. ‘아이’에게 ‘미미’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신 주원님의 입양기를 들어봅니다.


‘아이’에게 마음을 주신 계기가 있다면...

‘아이’가 가장 케어가 필요하다고 본능적으로(?) 생각되었지요. 눈과 귀에 이상이 있다면 지금 치료했다 해도 향후 나이 먹어가며 다른 병이 날 수 있으니, 이미 다른 장애 아이들로 각종 치료약과 면역제가 구비되어 있는 저희 집이 좋을 거라 판단했어요. 게다가 닭고기 생식을 하니 그동안 허약해진 체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도 있을 것 같았고요.


새 이름을 ‘미미’로 하셨는데 어떤 뜻을 담았나요?

사고로 귀를 잃은 아이에게 귀를 달아주고 싶어서, 일본어로 귀를 뜻하는 ‘미미’(耳, みみ)라고 이름 붙였어요. 예뻐서 美美라는 의미도 있구요, 실은 애들이 많아지면서 어려운 이름을 지으면 헷갈려서 연음을 선호하는 이유가 가장 크답니다.-.-;; 이름보다 별명을 부를 때도 많아요.

 

고양이가 새로 오면 기존 고양이와 어떻게 융화시키나요?

처음 데려온 날부터 3일에서 일주일간은, 화장실을 별도로 넣은 커다란 케이지에 넣어 방안에 두고 안면부터 익히게 해요. 그렇다 해도 기존 아이들은 영역 침범이나 서열 문제로 한동안 다들 신경이 날카롭죠. 아무데나 똥오줌을 싸는 애도 있고, 괜스레 원래 있던 애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심한 경우는 스트레스로 칼리시 같은 병이 오기도 해요. 밥이 생식이라 먹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땐 애들이 더 날카로워지기도 하구요.


최대한 공간을 많이 내어주는데, 현재 제일 큰 안방과 안방 화장실, 다용도실, 베란다를 전용으로 쓰게 하고 있어요. 그리고 캣타워나 책장처럼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을 많이 확보해줍니다. 자기 영역만 있으면 대부분 며칠 안에 경계가 수그러들어요. 서열 1위인 아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보이는 아이는 좀 더 개별적으로 안심시켜주고 놀아주는 정도에요.


물론 개중엔 순화가 안 되는 애들도 있어요. 순화가 안 되는 애들은 안 되는대로 놔둬도 문제는 없어요. 그저 길냥이를 집에 데려와 더 좋은 환경에서 밥주고 재운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죠. 그런 아이들은 대체로 겁이 많은데, 아주 느리지만 천천히 경계를 풀거든요.  그렇기에 오히려 다른 냥이들과는 빨리 친해지기도 해요.


잔병치레가 있을 때 어떻게 하시는지요?

허피스나 칼리시, 결막염이 전염처럼 돌 때도 있는데 항시 약이 준비되어 있어서 큰 걱정은 없어요. 확실히 생식이 좋아서 일주일 정도면 다 낫고, 무엇보다도 키우는 사람이 병을 너무 걱정하지 않는 게 좋죠. 감기 같은 건 일상이려니, 하고 살아요. ^^;; (허피스는 알레르기와 같아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애도 있고요) 화장실을 거의 한두 마리에 1개 정도로 많이 준비해서 매일 갈아주고, 희석한 소독약을 뿌려 구석구석 걸레 청소를 하고, 매일 환기 시켜주면 피부병 같은 건 전혀 걸리지 않고요. 대부분 생식 섭취 1년 안에 털에 윤기가 좔좔 흐르게 됩니다. 

 

장애묘와 비장애묘를 함께 돌보고 계신데 노하우가 있다면...

생식으로 영양가 있는 밥을 주고 면역제나 약을 꾸준히 먹이면 건강한 아이와 장애가 있는 아이는 전혀 차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눈이 안 보인다고 화장실을 못 가리는 것도 아니고, 다리가 하나 없다고 뛰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턱이 불편하다고 밥을 못 먹는 것도 아니거든요. 물론 더 쉽게 먹을 수 있게 갈아서 주기는 하지만요. 묘구수가 늘어나면 먹는 것에 경쟁이 붙어서, 평소 설사하던 애들이 갑자기 멀쩡해지기도 한답니다.

어려움이 있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어마어마한 양의 닭을 손질하는 일 정도에요. 그리고 화장실 청소? 그래도 5년가량 하다 보니 제가 아픈 날을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할 만해요. 한 달에 드는 경비는 약 30~40만 원 정도? 이것도 저희 집 경제력으로 그럭저럭 버틸 만하구요. 물론 이 모든 걸 혼자 한다면 감당이 안 되었겠죠. 남편이 전적으로 도와주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장애묘 입양을 고민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

장애냥이나 순화가 안 된 성묘에 대해 너무 부담이나 편견을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고양이는 사람보다도 훨씬 적응력이 빠른 동물이잖아요. 진짜 사람보다 나아요. 전 그래서 그 애들을 보면서 정말 괴로워 죽겠을 이 병을 참아내곤 해요. 그 애들의 질긴 생명력, 삶에 대한 희망, 그리고 힘든 일을 겪었기 때문에 더 특별한 것을 보여주는 그 무엇….

일례로 앞이 안 보이는 아이들은 담이나 벽 같은 게 있어도 포기하지 않아요.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몇 번이고 뛰죠. 그리고는 결국 성공해요. 처음 시도하는 것은 두려워하지만, 결코 그 시도를 그만두려 하지 않아요. 그래서 무엇이든 어디든 반드시 정복하고 만답니다. 이런 고양이들에게 배우게 되는 건 늘 제 쪽일 수밖에 없어요.


장애묘나 길냥이 성묘가 일반묘와 같다 해도, 대부분 바로 입양을 결정하기에는 어려우실 거예요. 가족의 도움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생식이나 약 먹이는 일 같은 케어나 청소 등도 쉽진 않고요. 입양하고는 싶지만 고민하시는 분들께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그래도 아이들은 적응해요” 라는 말뿐이어요. 사람이 적응하는 게 문제인거죠. 고양이는 반드시 적응하지만 사람은 그보다 약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만물의 영장이 사람이라는데, 고양이보다 못해서 되겠어요?” 하고 호기롭게 말해보렵니다!

   


미미가 들어와서 가족사진도 12칸 딱 맞게 채워졌어요. 뭔가 완성된 듯한 느낌!

미미야, 행복해야 해^^ 미미의 사진을 찍어주신 김하연 작가님께도 감사드려요.

 보호소 고양이 전시에 나왔던 미미 사진이예요. 이땐 미용 직후라 털이 짧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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