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다음/2005. 2. 16] 현대인은 점차 키보드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익숙해져 간다. 메일로 업무를 처리하고, 미니홈피와 블로그에서 상대의 근황을 확인한다. 친구가 메신저에 접속했다면 근무 중에도 몰래 온라인 수다를 떨 수 있다. 심지어 인간이 아닌 메신저와 일대일 대화를 할 수 있는 ‘심심이’ 류의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이젠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런 현상들을 사이보그와의 대화로 풍자한 이색 전시가 열린다.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에서 3월 4일까지 열리는 인터랙티브 전시 '나는 오믈렛입니다' 전에서는 키보드로 휴머노이드와 대화하면서 현대인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되새겨볼 수 있다. 내가 접속해 말을 걸 때 비로소 존재 의미를 갖는 인간형 사이보그, 휴머노이드와 함께 인터랙티브 아트를 체험해본다.
작품명 '나는 오믈렛입니다(Je Suis L'hommelette)'는 자크 라캉의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인간(L'homme)과 오믈렛(L'hommelette)이 유사한 철자라는 데 착안한 언어유희다. 노진아의 휴머노이드는 ‘알에서 깨어난 미성숙한 존재’이고, 인간이 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관람객은 전시장에 방문해 휴머노이드와 대화하며, 인간이 되고자 하는 휴머노이드의 텅 빈 두뇌를 채워주어야 한다.
전시 공간은 '스크린 방'과 '휴머노이드 방'의 두 장소로 나뉘는데, 스크린 방은 휴머노이드의 머릿속을 의미한다. 세포분열 장면을 찍은 것처럼 기괴한 대칭 형상이 쉼 없이 꿈틀대는 스크린은, 인간이 되길 갈망하는 휴머노이드의 꿈 이미지를 상징한다. 자세히 보면 이 이미지는 휴머노이드의 신체 일부분이 분절되고 반복되어 등장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스크린 앞에는 키보드가 놓여 있는데, 로그인 창에 관람객의 이름으로 로그인을 하고 질문을 던지면, 옆방의 휴머노이드가 직접 질문을 던져 온다. 휴머노이드의 미성숙한 자아는 궁금한 것이 많기 때문에, 관람객에게 계속 말을 걸어올 것이다.
스크린 방 너머의 휴머노이드 방에서는, 큰바위 얼굴처럼 거대한 얼굴 조각만이 덩그렇게 눈을 뜨고 관람객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이 눈알의 뒷면이 예사롭지 않다. 달의 이면이 보이지 않지만 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얼굴의 뒷면으로 돌아가면 휴머노이드의 실체를 볼 수 있다.
휴머노이드가 눈알을 깨고 나오는 설정은, 눈이 인간의 가장 대표적인 지각기관 중 하나이고, 또한 '눈+알'이라는 언어유희적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알에서 갓 깨어난 휴머노이드는, 체온은 느껴지지 않지만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피부를 지니고 있으며 가느다란 핏줄까지 비쳐 보인다. 성별이 모호한 이 휴머노이드는 가까이 다가가면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안구를 움직이고, 입을 벌렸다 오므리며 대답도 한다.
또한 카메라가 내장된 눈으로 관람객을 바라보고, 그 시점을 주변에 마련된 3대의 소형 모니터에서 보여준다. '마치 거울처럼 관람객의 모습을 비추는 휴머노이드의 모습'이란 설정은 라캉이 말한 '거울 단계(Mirror Stage)'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휴머노이드 방에 들어간 관람객이 말을 건네면, 그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스크린 방 쪽으로 전송되며, 스크린 방에서는 스피커로 이를 듣고 타이핑해 답변을 전송한다. 즉 스크린 방의 관람객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휴머노이드의 두뇌 역할을 하게 된다.
노진아 작가는 "작품 속에서 기계는 인간처럼 입을 벌려 목소리를 내어 말을 걸지만, 인간은 타이핑하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며 "인간은 점점 기계화되는 반면 기계는 점점 더 유기체를 닮은 모습으로 '진화'하는 현실을 풍자한 것"이라고 창작 의도를 밝혔다. 또한 "대부분 사이보그가 움직이고 말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겠지만, 이보다는 '휴머노이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가', '왜 중성일까' '왜 알에서 나왔을까'에 관심을 가지면 더욱 좋겠다"고 덧붙였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무료이며, 오후 8시까지 개관한다. 문의 02-3141-1377.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에서 3월 4일까지 열리는 인터랙티브 전시 '나는 오믈렛입니다' 전에서는 키보드로 휴머노이드와 대화하면서 현대인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되새겨볼 수 있다. 내가 접속해 말을 걸 때 비로소 존재 의미를 갖는 인간형 사이보그, 휴머노이드와 함께 인터랙티브 아트를 체험해본다.
작품명 '나는 오믈렛입니다(Je Suis L'hommelette)'는 자크 라캉의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인간(L'homme)과 오믈렛(L'hommelette)이 유사한 철자라는 데 착안한 언어유희다. 노진아의 휴머노이드는 ‘알에서 깨어난 미성숙한 존재’이고, 인간이 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관람객은 전시장에 방문해 휴머노이드와 대화하며, 인간이 되고자 하는 휴머노이드의 텅 빈 두뇌를 채워주어야 한다.
전시 공간은 '스크린 방'과 '휴머노이드 방'의 두 장소로 나뉘는데, 스크린 방은 휴머노이드의 머릿속을 의미한다. 세포분열 장면을 찍은 것처럼 기괴한 대칭 형상이 쉼 없이 꿈틀대는 스크린은, 인간이 되길 갈망하는 휴머노이드의 꿈 이미지를 상징한다. 자세히 보면 이 이미지는 휴머노이드의 신체 일부분이 분절되고 반복되어 등장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스크린 앞에는 키보드가 놓여 있는데, 로그인 창에 관람객의 이름으로 로그인을 하고 질문을 던지면, 옆방의 휴머노이드가 직접 질문을 던져 온다. 휴머노이드의 미성숙한 자아는 궁금한 것이 많기 때문에, 관람객에게 계속 말을 걸어올 것이다.
스크린 방 너머의 휴머노이드 방에서는, 큰바위 얼굴처럼 거대한 얼굴 조각만이 덩그렇게 눈을 뜨고 관람객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이 눈알의 뒷면이 예사롭지 않다. 달의 이면이 보이지 않지만 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얼굴의 뒷면으로 돌아가면 휴머노이드의 실체를 볼 수 있다.
휴머노이드가 눈알을 깨고 나오는 설정은, 눈이 인간의 가장 대표적인 지각기관 중 하나이고, 또한 '눈+알'이라는 언어유희적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알에서 갓 깨어난 휴머노이드는, 체온은 느껴지지 않지만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피부를 지니고 있으며 가느다란 핏줄까지 비쳐 보인다. 성별이 모호한 이 휴머노이드는 가까이 다가가면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안구를 움직이고, 입을 벌렸다 오므리며 대답도 한다.
또한 카메라가 내장된 눈으로 관람객을 바라보고, 그 시점을 주변에 마련된 3대의 소형 모니터에서 보여준다. '마치 거울처럼 관람객의 모습을 비추는 휴머노이드의 모습'이란 설정은 라캉이 말한 '거울 단계(Mirror Stage)'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휴머노이드 방에 들어간 관람객이 말을 건네면, 그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스크린 방 쪽으로 전송되며, 스크린 방에서는 스피커로 이를 듣고 타이핑해 답변을 전송한다. 즉 스크린 방의 관람객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휴머노이드의 두뇌 역할을 하게 된다.
노진아 작가는 "작품 속에서 기계는 인간처럼 입을 벌려 목소리를 내어 말을 걸지만, 인간은 타이핑하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며 "인간은 점점 기계화되는 반면 기계는 점점 더 유기체를 닮은 모습으로 '진화'하는 현실을 풍자한 것"이라고 창작 의도를 밝혔다. 또한 "대부분 사이보그가 움직이고 말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겠지만, 이보다는 '휴머노이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가', '왜 중성일까' '왜 알에서 나왔을까'에 관심을 가지면 더욱 좋겠다"고 덧붙였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무료이며, 오후 8시까지 개관한다. 문의 02-3141-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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