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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창문에 앞발이 끼었어요

by 야옹서가 2008. 4. 16.

창문 옆 책꽂이 맨 위로 올라가 놀던 스밀라가 앞발 한쪽을 창문에 올리고선 울어댄다. ‘또 벌레 못 잡아서 안달이 났지’ 싶어 그냥 나오려는데, 가만 보니 문틈에 앞발을 붙잡힌 것처럼 꼼짝달싹 못하는 게 아닌가. 섀시 창문이라 레일을 타고 움직이는 윗부분에 작은 홈이 있는데, 그 속이 궁금해서 앞발을 넣어보다가 그만 낀 것 같았다. 


혹시 문에 낀 것이 아닐 수도 있어서, 창문을 조금 앞으로 당겨 보니 팔이 매달린 채로 슬금슬금 따라온다. 스밀라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창문 한번 올려다보고, 나를 한번 돌아다보며 우엥거린다. ‘이거 왜 안 빠지는 거야’ 하고 당혹해하는 얼굴이다. 저러다 앞발이 걸린 채로 놀라 뛰어내리기라도 하면, 몸무게 때문에 팔을 삐거나 크게 다칠 텐데.

다급한 마음에 얼른 책꽂이를 발판 삼아 올라갔다. 돌출 행동을 하지 못하게 몸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 앞발을 살짝 잡아당겨 보니, 발은 빠지지 않고 스밀라만 우는 소리를 한다. 혹시 앞발이 단단히 낀 것은 아닌가, 급한 마음에 잡아당겼다가 발가락이라도 부러지면 어쩌나.


하지만 홈에 발톱이 걸린 거라면, 비교적 쉽게 빼낼 가능성은 있었다. 평소 고양이가 안겨 있다가 내려가려고 옷에 발톱을 박으면, 앞발을 쥐고 발톱을 집어넣게 한 다음에 위로 들어올려 걸리지 않게 떼어냈던 기억이 났다. ‘제발 빠져라’ 하는 심정으로 스밀라의 앞발 근처를 한 손으로 쥐고 위로 살살 빼냈더니, 다행히도 발이 쏙 빠져나왔다. 역시 발톱이 걸렸던 모양이다. 창문과 창문 사이의 틈에 살이 낀 거였다면 일이 커졌겠지만.


만약 고양이의 습성을 잘 몰랐던 입양 초창기에 이런 일을 당했으면, 당황해서 앞발을 아래로만 잡아당기다가 빠지지 않아 진땀을 흘렸을 지도 모른다. 하마터면 “서울 OO동에 사는 고 아무개씨가 ‘고양이 앞발이 창문에 끼었다’며 119에 전화를 걸어와…” 어쩌고 하는 깜짝뉴스의 주인공이 될 뻔했다. 그래도 내가 집에 있을 때 스밀라가 이상한 걸 발견했고, 별 탈 없이 빼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역시 사고는 방심할 때 생긴다는 것. 창문이 왔다갔다할 수 있을 만큼의 틈만 남기고, 뚫린 홈의 나머지 빈 공간은 청테이프로 막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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