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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가방에 몸을 맞춘 고양이의 '고슴도치 자세'

by 야옹서가 2011. 1. 26.
스밀라 방석 대신 쓰라고, 안 쓰는 가방을 집 곳곳에 놓아둡니다. 안 그러면 뜨끈뜨끈한 방바닥에

말리려고
널어놓은 옷가지나  수건 같은 곳에 드러눕기 때문에;; 이 가방은 그래도 털 떼기가 수월하거든요.

심부름 갔다가 얻어온 천가방인데, 도톰하고 무엇보다 바닥에 천이 이중으로 덧대어져 있어서

모서리에 머리를 기대기가 편해서 스밀라가 베개로 애용합니다. 스밀라가 가방을 노리기 시작한 초창기에나 

털을 신경쓰지, 아예 '고양이는 늘 뭔가 깔고 앉는 동물이다' 하고 포기하면 여러 모로 마음이 편합니다.

발라당 드러누운 자세의 감상 포인트는 살포시 꼬아준 앞발.


몸에 비해 좀 작은 가방 탓에, 자세를 한번 바꾸려면 꼬리며 다리며 자꾸만 밖으로 삐져나옵니다.
 
아무래도 발이 한 쪽 밖으로 나오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았던지, 다시 한번 슬그머니 자세를 바꿉니다.

베개 부분의 편안함을 포기하는 대신, 몸을 동그랗게 말아 누워봅니다. 가방 손잡이 부분이

약하나마 지지대가 되어주어서 꼬리를 받쳐줍니다. 어딘가에 끼인 듯한 자세를 좋아하는

고양이인 터라, 사람 눈에는 옹색하고 좁아보이는데 제 딴에는 만족스러운가 봅니다.


좁은 가방 위에서도 나름대로 발라당을 선보이는 스밀라의, 일명 '고슴도치 자세'입니다.

둥글게 등을 굽힌 모습이, 꼬리만 없으면 영락없는 고슴도치 누운 모습입니다.

흰 캔버스천 가방을 사서, 가방에 누운 모양대로 윤곽선을 따서 그려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스밀라가 없을 때도 가방을 좋아했던 스밀라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게 말이죠.



편안한 눈빛으로 그윽하게 저를 마주보는 스밀라입니다. 바닥에 몸을 눕힌 스밀라를 찍으려면

저도 똑같이 몸을 낮추고 물개 자세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럴 때면 스밀라와 저도 키가 비슷해져서
 
스밀라의 마음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길고양이를 찍을 때도 종종 

바닥에 드러눕긴 하지만, 아무래도 집에서처럼 안심하고 바닥에 납작 드러눕기란 쉽지 않아서,

집에서 찍는 고양이의 사진에는 좀 더 편안한 마음이 묻어나게 돼요. 스밀라도 절 올려다볼 때나

제 발치만 볼 때보다, 제가 누워서 눈을 맞춰주면 더 좋아하는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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