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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안테나 수염을 치켜세운 고양이

by 야옹서가 2010. 4. 9.
고양이 관련 원고 청탁이 들어와 스밀라 사진을 고르다, 이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2008년 5월의 스밀라. 

벌써 2년 전 모습인데, 시간이 그만큼 흘렀다는 걸 실감하기가 어렵다. 

슈렉고양이 눈매처럼 까맣고 동그란 동공도 예쁘지만, 이렇게 고양이스러운 느낌의 칼눈도 좋다. 

고양이란 종족의 특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것 같아서.

수염이 안테나처럼 하늘을 향해 솟은 걸 보면, 뭔가가 스밀라의 관심을 강하게 잡아끈 모양이다.

고양이 수염은 단순히 장식으로 달린 건 아니고 촉각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기능이 있어서,
 
감각을 느끼는 더듬이 역할을 한다. 수염 사이로 스쳐 지나는 공기의 움직임까지도 잡아내려고

고개를 쑥 뺀 모습이 천상 호기심 많은 고양이스럽다.





나이를 먹을수록 고양이는 만사에 심드렁해지는데, 스밀라는 처음부터 성격이 얌전한 편이어서

활발하게 뛰노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평소에는 대개 거실 한쪽에 몸을 둥글게 말고 자고 있을뿐

낚시에 반응하거나 오뎅꼬치 장난을 즐기지도 않는다. 쓰다듬어주거나 목 밑을 긁어주면 그릉그릉할 뿐...


심드렁할 때의 수염과 비교해보면 재미있다. 평소에는 축 늘어뜨린 상태.

어린 고양이처럼 뛰어놀지 않는 대신, 나이가 들면서 잔소리는 많아졌다. 문 앞에 와서 큰 소리로 울거나

그래도 나오지 않으면 제가 먼저 앞발로 문을 긁어 스스로 열고 들어와서는 밖으로 불러낸다.

그러면 아무리 바빠도 한동안 쓰다듬어주지 않을 재간이 없다.
      

언제나 자기를 쓰다듬어줄 손길이 가까이 다가올까 싶어서 안테나를 한껏 하늘로 치켜세운 고양이.

앞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올려다보는, 나 하나만 믿고 바라보는 고양이. 아프기 전의 모습이라 더 애틋하다.

무지개다리 건너기 전까지 건강하게 지켜주고 싶었는데... 스밀라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은 몸 속에서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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