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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 고양이] 095. 우유식빵의 추억 고양이가 식빵을 잘 구웠는지 평가할 때 앞발 반죽이 튀어나오지 않는가 보는 것은 식빵 품평의 원칙 중에서도 가장 기본입니다만, '식빵의 달인' 냥 선생님의 엄격한 기준에는 미치지 못해도 타고난 미모로 추가점수를 얻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몸에 뽀얀 우유를 품고 태어난 밀크티도 그랬습니다. 밀크티가 한번 식빵을 굽기 시작하면 "우윳빛깔 밀!크!티!" 하고 소리 높여 응원을 보내는 동네 소녀 길고양이들이 몰려들곤 했습니다. 반죽이 다소 삐져나오더라도 밀크티의 식빵은 언제나 빵집에서 가장 먼저 품절되곤 했습니다. 빵 반죽에 아무런 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그냥 눈으로 베어물기만 해도 달콤한 것이 밀크티 식빵의 매력이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100년만의 폭설이 내린 날 이후로 종적을 감춘 밀크티의 모습이 생각.. 2010. 11. 6.
[폴라로이드 고양이] 093. 가을이 오는 소리 나뭇잎 가만히 움켜잡은 고양이 발 밑으로 사각사각, 바스락 소리 나기 시작하면 가을은 이미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낙엽을 꼭 움켜쥔 고양이의 앞발을 나도 꼭 잡아 따뜻하게 데워주고 싶은, 그런 늦가을 오후입니다.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1. 4.
아기 고양이, 화장실까지 따라오면 곤란해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인 노랑아줌마가 킁킁 냄새를 맡으며 앞발로 슬쩍슬쩍 마른 땅을 고릅니다. 뭔가 맛있는 거라도 발견했나 싶어 마음이 다급해진 아기 고양이 통키는, 누가 엄마쟁이 아니랄까봐 얼른 옆으로 따라붙습니다. 눈치가 빨라야 고양이밥 한 숟갈이라도 더 획득하는 것이 길고양이 세계의 진리니까요. "엄마, 맛있는 거 혼자 먹기예요? 나랑 같이 먹어야죠!" "아니, 인석이... 그런 거 아니라니까." 엄마의 목소리가 어쩐지 좀 떨리는 것 같습니다. 더 수상합니다. 그런데 엄마는 맛있는 것을 찾아다 통키에게 놓아줄 생각은 하지 않고, 슬그머니 엉덩이 높이를 낮춥니다. 엉덩이 근육에 끙차 끙차, 부르르 힘을 주는 소리도 들립니다. '아, 이건 아닌데...' 멋적은 듯 돌아서는 통키의 얼굴에 당혹감이 감도는 .. 2010. 11. 4.
[폴라로이드 고양이] 092. 냥 선생님의 시범 고양이가 식빵을 굽는 데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제딴에는 둥그런 식빵을 굽는다고는 하지만, 두 앞발을 가슴 아래 제대로 접어넣지 못해서 반죽이 삐죽 비어져나온 녀석이 태반입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식빵의 달인 냥 선생님은 내심 심기가 편치 않습니다. "식빵은 빵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 제대로 구워야 하건만...풋내 나는 것들이 그저 모양만 대충 흉내내면 다인 줄 아는구먼." 선생님의 꾸지람이 공허한 말로 그치지 않는 것은 직접 시범을 보여주시기 때문입니다. 묵묵히 식빵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냥 선생님의 솔선수범에 나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1. 2.
길고양이의 '깔개 찾아 삼만리' "길고양이가 뭘 알겠어. 깔개를 써봤어야 편한 줄 알지." 하고 지레짐작하진 않나요? 혹시 그렇게 생각한다면 살포시 메롱을 날려드리겠어요. 길고양이도 깔개를 좋아해요. 엉덩이에 자잘한 자갈이랑 뻣뻣한 나뭇잎이 자글자글 느껴지는 거, 우리도 싫거든요. 길고양이라고 엉덩이에 철판 깔고 다니는 건 아니니까요. 자갈밭 위에 무릎 꿇고 한번 앉아보세요, 얼마나 아픈가. '깔개 찾아 삼만리' 하느라고 아직 얼굴 세수도 못했어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신문지나 헌 담요, 스티로폼 같은 건 좋은 깔개가 되어주지요. 때론 사람들이 쓰는 시설물 위가 깔개 대용이 되기도 해요. 어쨌든 되도록 부셕부셕하거나 맨질맨질한 넓은 것이면 뭐든 깔개로 즐겨 쓸 수 있답니다. 신문지는 깔개 용도로도 좋지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더 좋.. 2010. 11. 1.
어머니의 길고양이 사진 선물, 뭉클해 감기로 며칠째 집에서 골골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카메라를 달라고 하십니다. 점심 약속이 있는데 카메라가 필요하다고요. 소형 똑딱이 카메라를 오토 모드에 맞춰서 전해드리곤 잊고 있었는데, 저녁에 어머니가 카메라를 건네며 “오늘 길고양이 찍었다”고 환하게 웃으십니다. 그러고는, 잘 찍혔는지 궁금하다며 얼른 열어보라고 재촉하시네요. 메모리를 확인해 보니, 근처 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을 얻어먹으며 사는 듯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오두마니 웅크린 채로 등만 보이며 돌아앉아 있습니다. 얼굴이 궁금한데, 길고양이가 도망가는 바람에 얼굴까지는 찍지 못했다고 하네요. 자동차 밑에 길고양이가 웅크리고 있는 사진도 있네요. 점심 약속 있는 날 곱게 차려입고 나간 어머니가 길고양이 좋아하는 딸 보여주려고, 쭈그리고 앉아 .. 2010.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