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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식객 고양이, 캅텐 이야기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지친 마음을 쉬러 갔던 북유럽 고양이 여행에서 만난 고양이들 중에아직 소개하지 못한 고양이 가족이 있습니다. 식객 고양이 캅텐인데요,스웨덴어로 '캡틴'을 뜻한다고 합니다. 캅텐은 집고양이가 아니지만 아저씨 댁에서 매일같이 밥을 먹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출출하면 슬그머니 현관 난간에 둔 밥을 먹고, 집고양이와 놀다가 가곤 합니다. 한국에서도 반 정착 형태로 살아가는 길고양이가있는데, 캅텐도 그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밥은 얻어먹지만, 고양이의 자존심은 버리지 않는다." 당당한 자세로 식객 고양이의 자존심을 이야기합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캅텐을 위한 밥그릇과 물그릇은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주변이 초록 들판과 커다란 나무로.. 2010. 11. 20.
고양이로 만든 '데칼코마니 사진' 초등학생 때 만들어보곤 했던 데칼코마니 그림 기억나시나요? 도화지를 반으로 접고 한쪽 면에 물감을 발라서 접었다 떼면 양쪽이 똑같은 대칭 그림이 나오곤 했는데, 어린아이가 해도 그럴듯한 추상미술품을 만들어주는 재미있는 기법이었죠. 고양이와 유리창만 있으면, 간단하게 데칼코마니 사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사진은 밤에 찍어야만 유리창이 거울 역할을 해서 고양이 몸이 대칭을 이룰 수 있어요. 물론 가운데가 떨어져 있어도 데칼코마니는 만들 수 있습니다만 너무 가운데가 뚝 끊어져 보이면 좀 어색하니까, 고양이가 유리창에 등을 기대고 있을 때 찍으면 좋습니다. 스밀라에게 같은 종족의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도 가끔 드는데 새로운 고양이가 들어왔을 때 서로 잘 적응해서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맞지.. 2010. 11. 16.
[폴라로이드 고양이] 102. 눈 뜨고, 귀 열고, 말하기 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 옛날 시집살이하는 며느리가 그랬다지요? 요즘에는 그런 자세를 요구하는 집도 거의 없겠지만요. 맨 처음 저런 조각을 본 것은 한 헌책방에서였는데 그땐 원숭이 세 마리가 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답니다. 동남아 어딘가에서 만들었음직한 분위기의 조각이었죠.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일본의 고양이 카페 앞에서 저 3인방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너희는 어디서 왔니? 물어보고 싶었지만, 겁에 질린 표정의 고양이 3인방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의 자세는 약자로 취급받는 이들, 혹은 약자의 상황에 공감하는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취하는 방어 자세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는 아무 힘이 없는데, 눈에 보이기는 하니 마.. 2010. 11. 15.
길고양이에게 “굿모닝” 인사하는 이유-설치미술가 김경화 소심한 길고양이와 눈을 맞출 기회란 드물다. 한밤중에 짝을 찾아 헤매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거나, 옆구리가 터진 채 널브러진 쓰레기 봉투를 목격하고서야 그들이 가까이 있음을 알 뿐이다. 이 도시에는 얼마나 많은 길고양이가 살고 있을까? 인간을 피해 숨던 길고양이들이 일제히 거리로 나선다면 어떤 모습일까? 내가 상상으로만 그려보았던 순간을, 김경화는 대규모 설치작업으로 구현해낸다. 전시장 바닥에 머무는 것만으론 성이 차지 않는지 계단, 담벼락, 심지어 뒤뜰까지 차지한 길고양이와 비둘기의 기세는 압도적이다. 혹시 발로 건드릴까 싶어 조심조심 아래를 살피며 걷다 보면, 조각 사이로 지뢰처럼 촘촘히 심어둔 작가의 의중이 밟힌다. 무심코 지나치던 거리의 동물들과 가까이 마주할 때, 내가 발 딛고 선 땅에 인간만 .. 2010. 11. 15.
[폴라로이드 고양이] 101. 길고양이는 왜 자꾸 납작해질까? 가끔, 납작하게 몸을 낮춘 길고양이와 마주칩니다. 나이도 어린 것으로 보아, 꼬부랑 할머니가 그렇듯 노화로 인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가끔 허리를 펴는 모습을 보이는 걸로 봐서 허리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런 엄폐물도 없는 거리에서 길고양이는 최대한 사람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사람의 눈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그렇게 몸을 낮추고 잰걸음으로 이동합니다. 길고양이 몸이 자꾸만 납작해지는 건, 작고 가녀린 어깨에 얹힌 삶의 무게 때문이겠죠. 사람이든, 길고양이든 누구나 보이지 않는 그런 짐을 짊어메고 살아가지만, 길고양이에겐 유독 그 짐이 크고 무거운 것은 아닐까요. 길고양이 등짝 위로 커다란 짐보따리 하나 얹힌 것 같은 그런 모습을 만나는 날에는 언제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2010. 11. 12.
길고양이가 선물한 가을 숲 풍경 오래된 아파트에 살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비록 시설이 낡아 불편하기는 하지만, 아파트가 오래될수록 화단에 심은 나무도 함께 자라거든요. 나만의 화단은 아니어도, 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곱게 단풍 드는 나무를 보고 있으면, 부자의 정원이 부럽지 않습니다. 이런 화단 근처에선 길고양이를 가끔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아파트 고양이들은 장보러 갈 때 어두운 밤길에서나 가끔 마주치곤 했는데, 이날은 웬일인지 동그랗게 식빵을 굽고 있더군요. 화단은 며칠새 찬바람에 떨어진 낙엽으로 곱게 덮였습니다. 길고양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무심코 지나쳤을 낙엽길이지만, 덕분에 차분히 걸어볼 수 있게 되었네요. 미미하나마 바닥에 쌓인 낙엽으로 보온 효과가 있을 것 같아도 그것은 땅에 사는 벌레들에게나 도움이 될 뿐, 덩치가 .. 2010.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