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일본
어린쥐 사냥하는 일본의 길냥이
야옹서가
2008. 8. 30. 10:13
여행지에서는,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따라 하루가 달라진다. 아침 골목길에서 어린쥐를 사냥하던 길고양이를 만난 그날은 내게 '운수 좋은 날'이었다. 한번도 직접 볼 수 없었던 쥐사냥 장면을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길고양이에게는 어쩌면 운수 나쁜 날이었을지도.
나는 여행지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기보다 타박타박 걷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차로 이동하면 이동시간은 단축될 것이다. 일찌감치 문을 닫는 일본 관광지에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이 지점에서 저 지점까지 이동하기까지 버려지는 시간을 줄이고,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습기, 열기, 모기'의 3종 세트와 싸워야 하는 한여름의 일본여행이라면, 그냥 속 편하게 '키티 하토버스'나 잡아타고 버스관광이나 할까 하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동의 효율성만 따진다면, 정작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볼 수 없다. 남들이 '버려지는 시간'으로 간주하는 이동시간 중에, 길고양이를 만날 확률이 높다. 골목 어디에선가 늘어지게 낮잠을 자거나, 먹을 것을 사냥하는 고양이들을 만나고 싶다면, 전철이나 버스 같은 이동수단보다, 우직하게 걷는 내 발걸음에 의지해야 한다. 덕분에 여행 중에는 어떤 신체 기관보다 두 발이 고생한다.
어린쥐를 사냥하는 길고양이를 만났던 곳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골목이었다. 골목이라기엔 좀 크지만, 대로변에서도 안쪽으로 들어가는 곳에 있었으니 그냥 골목이라고 해 둔다. 길고양이 레이더를 바짝 세우고 눈을 두리번거렸을 때, 멀리서 젖소무늬 고양이가 나타났다. 아직 출근 시간이 되지 않아 골목에는 나와 고양이밖에 없었다.
더이상 그 근처에게 얼쩡거린다면 아침 굶은 고양이에게 민폐를 끼칠 것 같아 자리를 떴다. 고양이는 내가 가고 나서 어린쥐를 다시 데려갔을까.